집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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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좋습니다. [건축가/건축설계/위례단독주택/건축에세이/집에세이]꼬마건축가의 작업일기/위례 단독주택2호점 ; 🦕 건축일기 2023. 11. 15. 10:20
모든 건축 중에서 집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그 일상성 때문입니다. 집은 생활이 이루어지는 동시에 만남이, 쉼이 그리고 삶이 만들어지는 장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섬세하게 생각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 가정의 삶 속으로 완벽하게 녹아들어 가야만 합니다. 매일 보는 공간을 다루는 일은 애정의 빈도에 차이가 있습니다. 애정을 가지고 집안을 둘러보세요. 이제껏 봐왔던 것들이 달라 보일 거예요. 오전에 찾은 현장은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커다란 스크린 너머로 비추는 빛이 집의 기둥을 포근하게 비춥니다. 오목하게 들어간 계단 벽을 따라 빛도 자연스레 동그랗게 말아들어갑니다. 포근함이 감도는 순간을 매일 누리는 삶을 그려내는 자연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저의 손을 벗어난 집은 이제 자연 속에서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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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는 끝났지만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건축가/건축설계/위례단독주택/건축에세이/집에세이]꼬마건축가의 작업일기/위례 단독주택2호점 ; 🦕 건축일기 2023. 11. 13. 13:33
공사가 끝이 났습니다. 하지만 끝이 아닙니다. 이곳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오늘입니다. 오전에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특검이라고 불리는 특별 검사원 건축사 분과 현장에서 만나 현장을 같이 둘러보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불법적인 요소가 있는지 시공은 잘 되어 있는지 도면과 다른 부분이 있는지 꼼꼼하게 검수하시고 이런저런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갈수록 집을 짓기 어려워진다는 말씀이 너무나도 와닿는 요즘입니다. 건축 경기가 좀처럼 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융기관의 문제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정책 문제라고만 할 수도 없고요. 경제가 어려운 것도 맞고 정책도 혼선을 빚고 있는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근원적인 원인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우리가 왜 집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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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의 시간 [건축가/건축설계/위례단독주택/건축에세이/집에세이]꼬마건축가의 작업일기/위례 단독주택2호점 ; 🦕 건축일기 2023. 11. 10. 07:30
집은 참 어렵습니다. 하면 할수록 어렵게 느껴집니다. 철렁 거리는 순간도 한두 번이 아니었고, 희열을 느꼈던 순간도 간혹 있었지요. 현장에서 만난 따사로운 햇살이 참으로 감사하네요. 이별을 마주하는 일은 썩 좋은 일만은 아닙니다. 항상 프로젝트가 마지막에 다가갈수록 괜스레 마음 한편이 뭉클해집니다. 프로젝트뿐 일까요.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지요. 이별은 저에게 언제나 어려운 과제입니다. 위례 단독주택과도 이제는 작별을 해야 할 시간이네요. 좋았던 기억, 아쉬웠던 기억 그리고 이 집을 짓기 위해 함께 노력해 주신 많은 분들 모두 안고 이제는 정말 헤어져야 합니다. 많이 성장했고 많이 배웠고 많이 싸웠고 많이 아쉬워했으며 많이 서운해했습니다. 무언가에 감정을 이입한다는 것은 그만큼 애정을 쏟았다는 뜻일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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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충만함이 가득한가? [건축가/건축설계/위례단독주택/건축에세이/집에세이]꼬마건축가의 작업일기/위례 단독주택2호점 ; 🦕 건축일기 2023. 11. 9. 07:30
삶 속에서 어느순간 불쑥 솟아올라 우리를 어떤 소용돌이 속으로 휘몰아치게 하는 그 감정을 저는 꼭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가구가 설치가 되고 가전이 들어오면 공사는 이제 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남은 일이라고는 몇개의 잔손질과 입주청소밖에 없네요. 물론 그 사이 준공을 받아야 합니다만 실질적으로 들어가는 작업은 이제 없습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년여 시간이 이제 그 끝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건축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끝이지만 이 곳에 거주할 건축주 입장에서는 시작이 되겠네요. 어린 시절 이사를 다닐때마다 아쉬움 보다는 설레임이 더 컸습니다. 새로운 장소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어린 제 마음을 늘 들뜨게 만들었지요. '시작'이라는 단어는 그 단어 자체만으로도 설레게 합니다. 시작과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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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순간[건축가/위례건축설계/위례단독주택/건축에세이/집에세이]꼬마건축가의 작업일기/위례 단독주택2호점 ; 🦕 건축일기 2023. 11. 6. 07:00
매일 그저 흘러가버리는 풍경이 누군가에게는 찰나의 순간이 되고 의미로 다가옵니다. 제가 그린 공간 속에서 당신의 일상이 예술이 되기를 바랍니다. 충만한 하루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순간을 즐기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공간을 기록하는 방법으로 스케치를 하거나 사진을 찍거나 영상을 남기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방식은 역시 사진입니다. 작은 프레임 속에 원하는 공간을 담아냅니다. 작가의 시선에 따라 그 모양이 달라집니다. 디자인 과정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순간 그 찰나의 순간을 카메라로 잡아냅니다. 그럴 때 희열마저 느껴집니다. 그 옛날 사물의 본질을 잡아내기 위해 그리도 많은 화가들이 정물화를 그렸습니다. 화가마다 자신의 시선과 구도, 그리고 색감을 개성 삼아 대상을 그렸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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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을 기록합니다.[건축가/위례건축설계/위례단독주택/건축에세이/집에세이]꼬마건축가의 작업일기/위례 단독주택2호점 ; 🦕 건축일기 2023. 10. 28. 07:30
집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집을 소유한 건축주 집을 설계한 건축가 집을 시공한 시공사 집의 주인은 법적으로는 건축주가 맞겠지만 과정과정마다 주인은 따로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망치소리가 울려퍼지는 순간에는 목수가 타일을 붙이는 순간에는 타일반장님이 청소를 하는 순간에는 청소반장님이 집을 점유하며 그 집의 주인이 됩니다. 무엇인가를 만든다는 말은 정성을 쏟는다는 말입니다. 정성을 쏟는 다는 말은 주인의식이 있다는 말입니다. 고귀하고 소중하며 중요한 일을 우리는 모두 해나가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건축가는 집을 계획하는 순간부터 준공이 나오는 순간까지 자기 집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집의 열쇠가 넘어가는 순간 왠지모를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 큰 자식이 떠나는 기분이랄까요... 순간 과정 요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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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건축가/위례건축설계/위례단독주택]꼬마건축가의 작업일기/위례 단독주택2호점 ; 🦕 건축일기 2023. 10. 27. 07:30
창이 있습니다. 무엇이 보이나요? 무엇을 보지 않게 하나요? 창은 시선을 조정합니다. 어디에 창이 있는지 들여다 본적이 있나요? 우리가 사는 방의 창문을 한번 둘러 봅시다. 무엇이 보이시나요? 빛은 어떻게 들어오나요? 벽에 그림자는 어떻게 서려있나요? 지금 시간은 몇시인가요? 환기와 채광만을 위해서 창을 두지 않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보고 원치않은 것은 가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빛은 받아들이고 그림자를 매만지면서 방을 채워갑니다. 코너에 창을 둡니다. 시선이 이어지며 색다른 시각적 경험을 제공합니다. 커다란 창 앞에 서면 부유하는 느낌을 갖습니다. 창 하나에도 많은 이유와 감정이 서려있습니다. 방은 가구와 나만 사용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시선이 빛이 그리고 온기가 모두 함께 살아가는 공간입니다. 건축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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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모여 큰 집을 이룹니다. [#건축가 / #위례건축설계 / #위례단독주택]꼬마건축가의 작업일기/위례 단독주택2호점 ; 🦕 건축일기 2023. 10. 26. 07:30
본 내용은 건축주와 양소장의 대화를 각색한 내용입니다. 실제 설계 과정에서 건축주와 다음과 같이 협의하고 있습니다. 건축 설계, 공간 디자인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전체는 부분의 합으로 이루어집니다. 부분은 전체를 만드는 것이지요. 그만큼 작은 것부터 신경쓰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잘 봐야 합니다. 그냥 봐서는 차이를 알 수 없습니다. 개념적인 이유로 커다란 개념에 몰두하다 보면 부분을 놓치기 쉽습니다. 하지만 차이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부분이 모여 커다란 집을 이룹니다. wr-house2의 외관은 벽돌로 이루어졌습니다. 벽돌은 작지만 벽돌이 모이면 커다란 성이 만들어집니다. 우리는 작은 것을 사소하게 지나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작다고 작은 게 아닙니다. 사람은 민감한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