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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을 담다.꼬마건축가의 작업일기/위례 단독주택2호점 ; 🦕 건축일기 2023. 7. 14. 13:00
위례 단독주택 🦕 건축일기 ; 취향을 담다.
_건축가/위례건축설계/위례단독주택
취향을 담다.
제가 설계한 건축에는 제가 좋아하는 무엇인가가 담겨있습니다.
건축주의 이야기를 듣고 얼개를 짜고 공간을 구성하고 형태를 잡아가지만 결국에는 저의 취향이 반영된 공간이 나타나게 됩니다.
같은 사각형을 그려도 사람에 따라 정사각형을 그리는 사람도 있고, 직사각형을 그리는 사람이 있듯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의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이 집의 모양도 모두 다르게 태어납니다.
저의 취향을 고집하지는 않습니다.
이게 좋으니 이대로 해야 돼요!!라고 주장하지는 않아요.
다양한 방식 중 제가 생각했을 때는 생각하는 바와 제안드리는 안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설명을 해드리면 대부분의 건축주분들께서는 인정을 해주시는 편입니다.
확고한 취향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면 그 취향에 맞춰 저도 변해갑니다.
제가 좋아하지 않는 공간이라도 애정을 가지고 1년 가까지 설계를 하다 보면 어느새 그 취향이 제게도 물든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변함없이 제 설계를 받쳐주는 취향은 확고합니다.
저는 만남을 좋아합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 도형과 도형의 만남
그 만남이 만들어 내는 이질적인 형상, 독특한 분위기, 무언가 어색한 조형...
이런 점이 제가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이게 뭐지?라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게 참 재미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공간을 이렇게 저의 취향으로 가득 채울 수는 없습니다.
어찌 되었건 집은 배경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니까요.
위례 단독주택 2호점에서도 역시 이질적인 조형을 슬쩍 넣어봤습니다.
이번에는 벽과 계단, 그리고 기둥이 만나는 부분을 처리하는 게 과제였습니다.
묵직한 느낌을 주는 기둥을 효과적으로 가리고 계단과 만나는 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기둥의 형상을 살려 사각형으로 가기에는 공간이 너무 무겁게만 느껴지고, 그 부분을 그냥 처리하자니 뭔가 아쉬움에 또다시 트레이싱지를 펼치고 펜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그립니다.
만족할만한 조형이 잡힐 때까지 그립니다.
네모로도 그려보고 동그랗게도 그려보고 어떻게 만나는 게 좋을까 생각하고 그리고를 반복합니다.
반원과 계단이 만납니다.
아. 이질적입니다. 뻔하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는 없습니다.
바로 이게 제가 찾은 조형입니다.
현장에서 투덜대는 소리가 들려오네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잘 만들어 보기로 하지요.
완성된 결과물이 나쁘지 않네요.
소소하게 잡은 제 취향이 집의 전체 분위기를 해치지 않고 재미를 만들어 냅니다.
이 기분에 오늘도 트레이싱지를 찾고 펜을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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