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건축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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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바라봅니다. [건축가/위례건축설계/위례단독주택/건축에세이/집에세이]꼬마건축가의 작업일기/위례 단독주택2호점 ; 🦕 건축일기 2023. 11. 4. 07:00
계단은 집의 중심을 잡고 있습니다. 이 계단을 통해 모두 연결되고 있다는 말이지요. 연결과 만남이 이 커다란 장치를 통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집은 기계입니다. 하지만 차가운 기계가 아닙니다. 감정이 생명이 살아 숨쉽니다. 집은 행복입니다. 계단을 좋아합니다. 멈춰 있는 건축에서 움직임을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장치는 계단이 유일합니다. 큰 건물에서는 움직임을 표현하는 장치가 많기는 하지만요. 얇은 계단도 있고, 원형 계단도 있고, 목재 계단도 있고... 계단의 종류도 참 많습니다. 위례단독주택 2호점에서의 계단은 묵직한 집과 잘 맞는 계단을 궁리하면서 만들었습니다. 구조적으로도 안전하고 미관상으로도 아름다운 계단을요. 무거운 계단을 더 무겁게 만들고 하지만 안전하게 하는 게 제 일이지요. 그렇게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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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다. [건축가/위례건축설계/위례단독주택/건축에세이/집에세이]꼬마건축가의 작업일기/위례 단독주택2호점 ; 🦕 건축일기 2023. 11. 3. 07:00
깊은 집에서 깊은 생각도 깊은 삶도 품어내기를 소망해 봅니다. wr-house2 🦕는 깊습니다. 두터운 벽 안으로 커다란 창이 있습니다. 깊은 창을 따라 음영이 깊게 드리웁니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깊이를 그만큼 느낄 수 있어요. 어두워 보이는 곳에는 투명하게도 깊은 속이 있습니다. 캔틸레버 구조의 묘미는 바로 올려다 봄에 있습니다. 아래는 텅 비워져 있어 차를 대거나 잠시 쉬어가거나 보행의 통로로 사용할 수 있어요. 목조구조에서는 조금 무리한 구조지만 철근콘크리트에서는 그래도 버텨냅니다. (구조계산을 철저하게 해야겠지요.) 서로 다른 창의 비율에 따라 커다란 기둥도 받쳐주고 있습니다. 모두 이 집을 계획하면서 생각했던 단어들입니다. 그 단어를 조합하고 엮어내서 하나의 집이 태어납니다. 깊은 집에서 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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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야 말로 최고의 색입니다. [건축가/위례건축설계/위례단독주택/건축에세이/집에세이]꼬마건축가의 작업일기/위례 단독주택2호점 ; 🦕 건축일기 2023. 11. 2. 07:00
집은 감사의 존재입니다. 깊이 있는 집을 지어야겠습니다. 사람의 마음도 도시의 마음도 그리고 가족의 마음도 모두 치유할 수 있게요. 빛이 마법을 부립니다. 오전의 색과 오후의 색이 다릅니다. 시간대별로 다른 색을 담고 싶었습니다. 준공 후에는 저는 볼 수 없는 풍경이 있습니다. 오전의 빛과 오후의 빛 그리고 저녁의 빛 짧게나마 그 빛을 느껴보고 싶어 텅 빈 집을 찾습니다. 그곳에서 만나는 따사로운 빛을 느껴봅니다. 아직은 텅 비어 온기를 느끼기 위해서는 떠오르는 해를 기다려야만 하지요. 따뜻하게 그리고 포근하게 감싸 안은 해님이 참으로 감사합니다. 집은 감사의 존재입니다. 깊이 있는 집을 지어야겠습니다. 사람의 마음도 도시의 마음도 그리고 가족의 마음도 모두 치유할 수 있게요. 건축설계/공간디자인 :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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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얼굴[건축가/위례건축설계/위례단독주택/건축에세이/집에세이]꼬마건축가의 작업일기/위례 단독주택2호점 ; 🦕 건축일기 2023. 11. 1. 07:00
얼굴을 마주 보며 이야기 합니다. 잘 있었니? 잘 살았니? 몸은 좀 어때? 보고 싶었어... 마주할때 우리는 비로소 상대의 진심을 알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눈 빛 속에서 상대방의 행동 속에서 그리고 상대방의 표정 속에서 그 마음을 알 수 있습니다. wr-house2와 얼굴을 마주합니다. 큰 상처를 입은 얼굴을 이제서야 손을 봐 주었습니다. 강렬한 턱이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없었던 강렬한 턱입니다. 처음 상처가 생긴 것을 보고 화가 났습니다. 이게 아닌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 무력감에 화도 나고 다투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자구책을 만들어야했기에 새로운 방법을 고민하고 디테일을 만들어 풀어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굴의 상처는 남습니다. 커다란 상처만큼 제 마음 속에도 상처가 남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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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안녕...[건축가/위례건축설계/위례단독주택/건축에세이/집에세이]꼬마건축가의 작업일기/위례 단독주택2호점 ; 🦕 건축일기 2023. 10. 31. 07:00
아쉬움이 눈을 가려 집의 순간을 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내가 키운 자식입니다. 내가 키운 집입니다. 애정으로 더 좋은 공간, 더 나은 순간을 찾아 나섭니다. 이제는 보내야할 시간입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2년여간의 시간을 이제 정리하고 주인을 찾아 집을 보내야만 합니다. 준공을 앞두고 현장을 찾았습니다. 열심히 현장을 찾았고 치열하게 싸우면서 겨우겨우 공간을 만들어 마감을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만족보다는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조금더 여유가 있었다면... 조금더 퀄리티가 좋았다면... 조금 더 조금 더 하는 마음에 아쉬움이 눈을 가려 집의 순간을 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내가 키운 자식입니다. 내가 키운 집입니다. 애정으로 더 좋은 공간, 더 나은 순간을 찾아 나섭니다.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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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건축가/위례건축설계/위례단독주택/건축에세이/집에세이]꼬마건축가의 작업일기/위례 단독주택2호점 ; 🦕 건축일기 2023. 10. 30. 07:00
건축 설계를 하다보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그린 도면대로 되야해!! 도면과 달라서는 안돼!! 시공자는 내 말을 무조건 들어야해!! 이런생각을 가지고 계시다면 당장 버려주세요... 현장은 언제나 변수와의 싸움입니다.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도자기를 굽는 장인조차 모든 도자기가 자기마음에 들지 않듯이요. 건축은 자기 손으로 하는게 단 하나도 없는 작업입니다. 모두 누군가의 손을 빌려 비로소 상상하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작업이지요. 서로에 대한 존중과 이해 그리고 배려가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내가 그들을 존중하고 그들 역시 계획하고 그린 건축가의 마음을 존중해야한 합니다. 1층 주차장에서 우연히 들여다 본 2층의 모습 속에서 재미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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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을 기록합니다.[건축가/위례건축설계/위례단독주택/건축에세이/집에세이]꼬마건축가의 작업일기/위례 단독주택2호점 ; 🦕 건축일기 2023. 10. 28. 07:30
집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집을 소유한 건축주 집을 설계한 건축가 집을 시공한 시공사 집의 주인은 법적으로는 건축주가 맞겠지만 과정과정마다 주인은 따로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망치소리가 울려퍼지는 순간에는 목수가 타일을 붙이는 순간에는 타일반장님이 청소를 하는 순간에는 청소반장님이 집을 점유하며 그 집의 주인이 됩니다. 무엇인가를 만든다는 말은 정성을 쏟는다는 말입니다. 정성을 쏟는 다는 말은 주인의식이 있다는 말입니다. 고귀하고 소중하며 중요한 일을 우리는 모두 해나가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건축가는 집을 계획하는 순간부터 준공이 나오는 순간까지 자기 집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집의 열쇠가 넘어가는 순간 왠지모를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 큰 자식이 떠나는 기분이랄까요... 순간 과정 요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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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건축가/위례건축설계/위례단독주택]꼬마건축가의 작업일기/위례 단독주택2호점 ; 🦕 건축일기 2023. 10. 27. 07:30
창이 있습니다. 무엇이 보이나요? 무엇을 보지 않게 하나요? 창은 시선을 조정합니다. 어디에 창이 있는지 들여다 본적이 있나요? 우리가 사는 방의 창문을 한번 둘러 봅시다. 무엇이 보이시나요? 빛은 어떻게 들어오나요? 벽에 그림자는 어떻게 서려있나요? 지금 시간은 몇시인가요? 환기와 채광만을 위해서 창을 두지 않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보고 원치않은 것은 가리고 시시각각 변하는 빛은 받아들이고 그림자를 매만지면서 방을 채워갑니다. 코너에 창을 둡니다. 시선이 이어지며 색다른 시각적 경험을 제공합니다. 커다란 창 앞에 서면 부유하는 느낌을 갖습니다. 창 하나에도 많은 이유와 감정이 서려있습니다. 방은 가구와 나만 사용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시선이 빛이 그리고 온기가 모두 함께 살아가는 공간입니다. 건축설..